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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커피에 식민의 아픔이…탄자니아 속 에티오피아 마을

  • 작성일 2024-04-08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방문한 후원자들을 위해 탄자니아의 에티오피아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커피와 곁들일 간식거리의 모습. [사진 허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어린이들을 만나러 센터에 방문하면 각 나라, 지역별 특색에 따라 후원자들을 환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아프리카답게 바로 ‘커피’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직접 수확해 만든 맛 좋은 커피, 그리고 커피와 곁들여 먹는 빵, 팝콘 등의 간식거리를 가지런히 세팅해 놓은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갈하게 놓인 이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많은 정성이 담겨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후원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저는 작은 것을 해주는 것 같은데 항상 더 많이 받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여느 때처럼 가정방문을 위해 어린이가 살고 있는 마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껏 봐왔던 탄자니아 사람들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보였습니다. 에티오피아도 가보고, 우간다, 탄자니아도 가보고 아프리카에서 여러 나라를 가봤는데 같은 아프리카계 흑인이지만 나라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을 알고 있어서 궁금한 마음이 들어 동행하는 어린이센터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에티오피아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1800년대 강대국이 식민지를 통치하던 때, 영국이 탄자니아에서 커피 농사를 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인들 이주시켰다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라비카 품종 커피의 원산지로 알려진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조 국가로도 유명합니다.

 

 

밝게 웃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에티오피아에서 탄자니아로 이주해온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이주해 탄자니아를 고향으로 삼은 에티오피아인의 후손인 이들은, 이마가 봉긋하고 얼굴 생김새가 달라 딱 봐도 다른 느낌이 났습니다. 피부색은 모두 검고 짙었지만, 전반적으로 골격이 작았습니다. 입술도 얇고 콧날도 우뚝 서 있어 모두 미인이었습니다. 이곳을 고향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자신의 진짜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사는 이주민의 역사를 듣고 보니 인물을 찍은 사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밝게 웃고 있는 아이 한 명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 안에 스며들어가 있는 역사의 흔적, 환하게 웃는 모습 뒤로 상상할 수 없는 고된 시간을 보냈을 선조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커피는 하나의 기호식품이지만 이곳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죠. 식민지 시절 당시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커피 농사를 장려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커피를 얻는 것도, 이득을 얻는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원두 생산자는 여전히 영세하고, 농장 주인도 아직 유럽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 소년. 에티오피아 후손들이 탄자니아 한가운데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탄자니아로 온 사람들. 탄자니아 한가운데 그들의 부락이 형성되어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여전히 가난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식민지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이, 약소국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격려와 응원을 꼭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농장주인 유럽 사람은 계속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 가난의 굴레와 대물림, 아무리 달려도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닌, 움막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삶의 현장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어둡더라도 반드시 아침이 오는 것처럼, 어두운 밤일수록 빛이 밝게 빛날 수 있는 것처럼 그곳에 있는 희망은 그 어떤 곳보다 강렬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이 일하기 때문에 그곳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장점인 컴패션은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는 그 마을의 중심이 되어 작은 시골 마을을 아우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주민의 아픔과 그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돌보고, 진짜 필요한 것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냉소적이었던 내 마음도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재봉·목공 기술 등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당장은 이 가난의 굴레가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었죠.

 

 

커피 한 잔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 탄자니아에서 마셨던 커피. 그 자리에서 숯불로 원두를 로스팅 한 후, 절구로 빻고 필터링하지 않고 무쇠 포트에 끓여내어 커피향이 진한 것이 매혹적이었다.

 

 

요즘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커피인데, 오랜만에 탄자니아에 다녀온 사진을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커피를 마셔온 것만은 아닌가, 듣고 겪었던 것들을 너무 잊고 지내왔던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픔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어쩐지 씁쓸한 커피의 맛과 닮은 것 같습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커피에 식민의 아픔이…탄자니아 속 이디오피아 마을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에 방문한 후원자들을 위해 탄자니아의 에티오피아 마을 사람들이 준비한 커피와 곁들일 간식거리의 모습. [사진 허호]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컴패션 어린이센터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어린이들을 만나러 센터에 방문하면 각 나라, 지역별 특색에 따라 후원자들을 환대하는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됩니다. 이곳은 아프리카답게 바로 ‘커피’가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직접 수확해 만든 맛 좋은 커피, 그리고 커피와 곁들여 먹는 빵, 팝콘 등의 간식거리를 가지런히 세팅해 놓은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과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정갈하게 놓인 이 모습을 보니 얼마나 많은 정성이 담겨있을지 가늠해볼 수 있었습니다. 후원자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이런 장면을 만날 때마다 저는 작은 것을 해주는 것 같은데 항상 더 많이 받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듭니다.

 

여느 때처럼 가정방문을 위해 어린이가 살고 있는 마을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껏 봐왔던 탄자니아 사람들의 모습과는 약간 다른 것 같아 보였습니다. 에티오피아도 가보고, 우간다, 탄자니아도 가보고 아프리카에서 여러 나라를 가봤는데 같은 아프리카계 흑인이지만 나라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른 것을 알고 있어서 궁금한 마음이 들어 동행하는 어린이센터 직원에게 물었습니다. 알고 보니 에티오피아에서 온 사람들이 살고 있던 것이었습니다. 1800년대 강대국이 식민지를 통치하던 때, 영국이 탄자니아에서 커피 농사를 하기 위해 에티오피아인들 이주시켰다는 사연이 있었습니다. 아라비카 품종 커피의 원산지로 알려진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원조 국가로도 유명합니다.

 

 

밝게 웃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에티오피아에서 탄자니아로 이주해온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이주해 탄자니아를 고향으로 삼은 에티오피아인의 후손인 이들은, 이마가 봉긋하고 얼굴 생김새가 달라 딱 봐도 다른 느낌이 났습니다. 피부색은 모두 검고 짙었지만, 전반적으로 골격이 작았습니다. 입술도 얇고 콧날도 우뚝 서 있어 모두 미인이었습니다. 이곳을 고향 삼아 살고 있는 이들이지만, 자신의 진짜 고향이 아닌 곳에서 사는 이주민의 역사를 듣고 보니 인물을 찍은 사진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밝게 웃고 있는 아이 한 명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 안에 스며들어가 있는 역사의 흔적, 환하게 웃는 모습 뒤로 상상할 수 없는 고된 시간을 보냈을 선조의 모습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커피는 하나의 기호식품이지만 이곳에서는 유구한 역사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던 것이죠. 식민지 시절 당시 유럽 국가들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커피 농사를 장려했고, 지금도 여전히 좋은 커피를 얻는 것도, 이득을 얻는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원두 생산자는 여전히 영세하고, 농장 주인도 아직 유럽 사람인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굴렁쇠를 굴리고 있는 소년. 에티오피아 후손들이 탄자니아 한가운데 모여 살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원하지 않았지만 에티오피아에서 탄자니아로 온 사람들. 탄자니아 한가운데 그들의 부락이 형성되어 모여 살고 있는 모습을 찬찬히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여전히 가난한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고 식민지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는 모습이, 약소국의 서러움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그 가운데에서 포기하지 않고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격려와 응원을 꼭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난한 농부는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농장주인 유럽 사람은 계속 부유하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 가난의 굴레와 대물림, 아무리 달려도 벗어날 수 없는 모습을 사진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제대로 된 집도 아닌, 움막에 살고 있는 이주민의 삶의 현장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어둡더라도 반드시 아침이 오는 것처럼, 어두운 밤일수록 빛이 밝게 빛날 수 있는 것처럼 그곳에 있는 희망은 그 어떤 곳보다 강렬했습니다. 현지 사람들이 일하기 때문에 그곳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장점인 컴패션은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그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컴패션 어린이센터는 그 마을의 중심이 되어 작은 시골 마을을 아우르며 한 사람 한 사람을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이주민의 아픔과 그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돌보고, 진짜 필요한 것을 챙기는 모습을 보니 냉소적이었던 내 마음도 조금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제공하고 재봉·목공 기술 등 직업교육을 진행하는 것을 보면서 지금 당장은 이 가난의 굴레가 절대 끊어지지 않을 것 같지만 언젠가는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니 이미 변화는 시작된 것이었죠.

 

 

커피 한 잔이 주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 탄자니아에서 마셨던 커피. 그 자리에서 숯불로 원두를 로스팅 한 후, 절구로 빻고 필터링하지 않고 무쇠 포트에 끓여내어 커피향이 진한 것이 매혹적이었다.

 

 

요즘 일상에서 매일 접하는 커피인데, 오랜만에 탄자니아에 다녀온 사진을 보니 새로운 마음이 들게 됩니다. 그동안 너무 편하게 커피를 마셔온 것만은 아닌가, 듣고 겪었던 것들을 너무 잊고 지내왔던 건 아닌가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픔과 희망이 동시에 느껴지는 것이 어쩐지 씁쓸한 커피의 맛과 닮은 것 같습니다.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커피에 식민의 아픔이…탄자니아 속 이디오피아 마을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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