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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아이티 대통령 피살소식 듣고 생각난 한 국회의원의 눈빛

  • 작성일 2024-10-14

2013년 만난 컴패션 졸업생, 베간 에우스. 당시 아이티 국회의원. [사진 허호]

 

 

 

 

예전에 발걸음을 멈출 만한 뉴스를 들었습니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소식이었습니다.

 

멀고 먼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최빈국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사건이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사건 자체도 안타까웠지만, 2013년 제가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는 컴패션 졸업생 출신 젊은 아이티 국회의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에 대해 정치 수준도 낮고 부정부패, 사회 무질서가 더 심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치도 사람의 일이지요. 나라가 가난하다고 사람도, 이상도, 꿈도 가난할 것이라는 것은 편견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공부입니다. 컴패션에서 도움을 받는 어린이는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고 어린이센터에서 선생님이 열심히 돌봐 주다 보니 뛰어난 학생이 많이 배출됩니다. 컴패션 아이는 가난과 싸우며 자라난 성취감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받은 호의와 사랑으로 자존감이 높았습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조건 없이 받은 사랑을 어디론가 흘려보내기를 원했습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 베간 에우스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자신과 비슷한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받은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것은 사랑받은 자의 기쁨이자 특권이다. [사진 허호]

 

 

 

 

우간다에서 300명 정도 되는 젊은이 그룹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개혁정신을 가지고 국가 부흥을 위해 비전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잘 자란 모습을 볼 때와 다르게 가슴이 설렜던 것은 이들의 에너지가 하나로 모인 뜨거운 연대였습니다. 가난 속에서 일어나 사회 각층에서 자리를 잡은 연대가 정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구나 싶은 현실적인 기대가 생겼습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자의 자리에서 나고 자란 만큼 이들에게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정치인도 나오는 것이지요.

 

 

 

 

2012년 당시 우간다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컴패션 졸업생, 마가렛 마코히. 가난한 가정에서 굶주림으로 형제 둘을 잃고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여성과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열악한 조건으로 부정투표의 위기를 겪으며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사진 한국컴패션]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사건에서 베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간을 만났던 당시 아이티는 대지진 후 20만 명 이상이 죽고 엄청난 이재민이 발생했을 당시여서 그러잖아도 황폐하던 나라가 자연재해로 엎친 데 덮친 형국이었습니다.

 

두 번 방문했던 아이티는 수 세기에 걸친 비극적인 수탈의 역사로 대외 원조에만 의지하게 되어 스스로 뭔가 나라를 바로 세워보겠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 가난을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에너지가 부족했을 것이고, 정치와 사회적 혼란도 가중되었을 것입니다. 추측하건대 지진으로 무너진 사회 기반이 제대로 복구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 혼란과 혼동의 시간도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사건은 이러한 혼동과 정리되지 않은 현실을 드러낸 반증이 아니었을까요.

 

 

 

 

수많은 사람의 삶이 이어지는 아이티 빈민가를 바라보며 자국의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베간 에우스. [사진 허호]

 

 

 

 

일 년 후, 더 멀게 십 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른다면 현재를 열심히 살 의욕이 일어날까요. 미래를 생각하며 소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사서삼경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를 좋아하는데, 제 마음에 와 닿게 이렇게 쉽게 해석해 보곤 합니다. 나 자신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잘하고 바로 곁의 주변 이웃을 보살피고 또 남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면, 사회적 혼동이 가라앉고 질서가 잡히며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나를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베간 에우스는 아이티의 황폐화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있었고 영향력을 발휘하며 리더로 자라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것이 확장해 자기 나라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 소망을 갖고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지요.

 

정치가 제대로 섰을 때 그 나라가, 그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겠지요. 그러니 지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우리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결국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게 될 테니까요.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아이티 대통령 피살소식 듣고 생각난 한 국회의원의 눈빛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2013년 만난 컴패션 졸업생, 베간 에우스. 당시 아이티 국회의원. [사진 허호]

 

 

 

 

예전에 발걸음을 멈출 만한 뉴스를 들었습니다. 조브넬 모이즈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소식이었습니다.

 

멀고 먼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최빈국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사건이 저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유는 사건 자체도 안타까웠지만, 2013년 제가 사진을 찍어준 적이 있는 컴패션 졸업생 출신 젊은 아이티 국회의원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개발도상국이나 빈국에 대해 정치 수준도 낮고 부정부패, 사회 무질서가 더 심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치도 사람의 일이지요. 나라가 가난하다고 사람도, 이상도, 꿈도 가난할 것이라는 것은 편견입니다.

 

가난에서 벗어나고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공부입니다. 컴패션에서 도움을 받는 어린이는 마땅히 받아야 할 교육을 받게 됩니다.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되고 어린이센터에서 선생님이 열심히 돌봐 주다 보니 뛰어난 학생이 많이 배출됩니다. 컴패션 아이는 가난과 싸우며 자라난 성취감으로 무장되어 있었고, 받은 호의와 사랑으로 자존감이 높았습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조건 없이 받은 사랑을 어디론가 흘려보내기를 원했습니다.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한 컴패션 어린이센터, 베간 에우스가 어린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라는 자신과 비슷한 어린이들에게 자신이 받은 사랑과 관심을 전하는 것은 사랑받은 자의 기쁨이자 특권이다. [사진 허호]

 

 

 

 

우간다에서 300명 정도 되는 젊은이 그룹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들은 개혁정신을 가지고 국가 부흥을 위해 비전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한 사람의 잘 자란 모습을 볼 때와 다르게 가슴이 설렜던 것은 이들의 에너지가 하나로 모인 뜨거운 연대였습니다. 가난 속에서 일어나 사회 각층에서 자리를 잡은 연대가 정말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구나 싶은 현실적인 기대가 생겼습니다.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사 등의 직업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떤 직업을 가지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약자의 자리에서 나고 자란 만큼 이들에게는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데 열정이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정치인도 나오는 것이지요.

 

 

 

 

2012년 당시 우간다 최연소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던 컴패션 졸업생, 마가렛 마코히. 가난한 가정에서 굶주림으로 형제 둘을 잃고 자랐으며 어릴 때부터 여성과 약자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열악한 조건으로 부정투표의 위기를 겪으며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사진 한국컴패션]

 

 

 

 

아이티 대통령의 피살 사건에서 베간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베간을 만났던 당시 아이티는 대지진 후 20만 명 이상이 죽고 엄청난 이재민이 발생했을 당시여서 그러잖아도 황폐하던 나라가 자연재해로 엎친 데 덮친 형국이었습니다.

 

두 번 방문했던 아이티는 수 세기에 걸친 비극적인 수탈의 역사로 대외 원조에만 의지하게 되어 스스로 뭔가 나라를 바로 세워보겠다는 의지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의지가 꺾인 상황에서 가난을 이겨낼 만한 국민적 에너지가 부족했을 것이고, 정치와 사회적 혼란도 가중되었을 것입니다. 추측하건대 지진으로 무너진 사회 기반이 제대로 복구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고, 혼란과 혼동의 시간도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런 속에서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사건은 이러한 혼동과 정리되지 않은 현실을 드러낸 반증이 아니었을까요.

 

 

 

 

수많은 사람의 삶이 이어지는 아이티 빈민가를 바라보며 자국의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베간 에우스. [사진 허호]

 

 

 

 

일 년 후, 더 멀게 십 년 후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른다면 현재를 열심히 살 의욕이 일어날까요. 미래를 생각하며 소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저는 사서삼경에 나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고사성어를 좋아하는데, 제 마음에 와 닿게 이렇게 쉽게 해석해 보곤 합니다. 나 자신부터 내가 해야 할 것을 정확히 잘하고 바로 곁의 주변 이웃을 보살피고 또 남의 사정을 헤아릴 줄 알면, 사회적 혼동이 가라앉고 질서가 잡히며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나를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베간 에우스는 아이티의 황폐화하고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갖고 있었고 영향력을 발휘하며 리더로 자라났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이것이 확장해 자기 나라를 사랑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 소망을 갖고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이지요.

 

정치가 제대로 섰을 때 그 나라가, 그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겠지요. 그러니 지칠 수도 있고 실망할 수도 있지만 우리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결국 정치에 대한 관심으로 향하게 될 테니까요.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아이티 대통령 피살소식 듣고 생각난 한 국회의원의 눈빛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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