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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오래] 가난했지만 가업 자부심 넘쳤던 빵굽는 아이

  • 작성일 2024-11-11

2016년 컴패션 후원자들과 멀고 먼 나라, 에콰도르를 방문했다. 어린이 가정방문을 앞두고 컴패션 직원들에게 후원자들과 어린이가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느냐고 묻자, 12세 이사마의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3대째 빵을 굽는 집이었다. [사진 허호]

 

 

요즘은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근면 성실함을 미덕으로 삼고 구호로 외쳤던 게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말입니다. 아마도 이 진실된 가치가 배신 당한 여러 경험 때문에 약간의 자조 섞인 태도가 된 건 아닐까요. 저는 컴패션 현지를 방문하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심히 일하고 또 그것으로 인해 자부심을 갖는 현장을 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옛 정취와 추억에 젖는 것만은 아닌 것이, 그들이 가진 열정과 열기가 실제로 저의 마음을 채워주고 기대하게 하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16년 에콰도르는 북부 산악 지대에서 원주민을 만나기도 했던 이색적인 여행이었습니다. 고산 지대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발그스름한 뺨이 복숭앗빛처럼 예뻤지만, 사실은 높은 일교차로 인해 살이 튼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후원자들과 함께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째 가정방문을 하다 보니 문득 후원자들과 어린이가 어우러져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비전트립에 참여한 내가 먼저 제안을 했고, 현지 직원들은 기꺼이 한 어린이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컴패션에 등록된 12세 소녀 이사마는 엄마로부터 빵 굽기를 배우고 함께 빵을 굽고 있었다.
가업을 잇는다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이사마의 웃음에서 번져 나왔다.
그만큼, 컴패션 후원자들을 맞이하는 태도에서도 감사와 기쁨이 넘쳐흘렀다. 
[사진 허호]

 

 

여러 나라의 시골이나 산간 지대를 다니다 보면, 손님이 갖는 의미가 소중하고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낯선 이들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 주는 문화가 있는 것이지요. 이사마의 집도 그랬는데, 특히 자신의 후원자가 아닌데도  이사마는 잔뜩 들떴고 기쁨에 차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같이 방문한 후원자들도 빵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들의 빵 만드는 기술은 모계로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사뭇 진지한 이사마 어머니의 표정과 시종일관 웃고 있던 이사마의 표정이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50kg 밀가루 한 포대로 약 400개의 빵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부터 엄마, 이사마까지 온 가족이 일주일에 2포대의 밀가루로 빵을 만들면
30달러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사진 허호]

 

 

물론 황량한 마을의 환경이나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 눈길이 안 갔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각자 맡겨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빛나는 데, 안타까움을 갖는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다 싶습니다.

 

할머니, 엄마, 이사마 모두 행복해 보였고, 이사마에게 단순히 빵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자랑스러움도 같이 전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을 보는 첫인상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행복감이었습니다.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이들의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고, 거기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던 것이지요. 진짜 일하는 순수한 기쁨을 만났으니, 저도 빙그레 웃고 말았지요.

 

 

울퉁불퉁 닳은 칼, 예쁜 얼굴과 상반되는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 어린 이사마가 하교 후, 엄마를 도와 노동을 하고 있던 것은 분명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어린 제빵사의 자부심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진 허호]

  

  

역시 갓 지은 밥과 갓 구운 빵은 다 맛있습니다. 더군다나 3대째 이어진 화덕에서 꺼낸 빵이니 맛이 어땠겠습니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지만 참 고소했습니다.

 

엄마를 보며 또랑또랑한 눈빛을 보내는 12세 소녀의 눈이 얼마나 인상 깊은지 아십니까. 이사마의 눈이 딱 그랬습니다. 항상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집을 방문할 때는 당연히 긍휼한 마음을 갖고 가기는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자부심까지 없거나 주눅 들어 있지는 않더군요. 환경이 넉넉지 않지만, 조금씩 한 발 한 발 가난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소망이 보이고 삶에 대한 기쁨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넉넉하든 그렇지 않든 주어진 삶을 기뻐하는 것,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가장 큰 표현이 아닐까요.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가난했지만 가업 자부심 넘쳤던 빵굽는 아이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2016년 컴패션 후원자들과 멀고 먼 나라, 에콰도르를 방문했다. 어린이 가정방문을 앞두고 컴패션 직원들에게 후원자들과 어린이가 뭔가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느냐고 묻자, 12세 이사마의 집으로 우리를 데리고 갔다. 3대째 빵을 굽는 집이었다. [사진 허호]

 

 

요즘은 왠지 모르게, 무언가를 열심히 하면 어리석은 사람 취급을 받는 느낌이 듭니다. 근면 성실함을 미덕으로 삼고 구호로 외쳤던 게 불과 얼마 전 같은데 말입니다. 아마도 이 진실된 가치가 배신 당한 여러 경험 때문에 약간의 자조 섞인 태도가 된 건 아닐까요. 저는 컴패션 현지를 방문하면서,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열심히 일하고 또 그것으로 인해 자부심을 갖는 현장을 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옛 정취와 추억에 젖는 것만은 아닌 것이, 그들이 가진 열정과 열기가 실제로 저의 마음을 채워주고 기대하게 하는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2016년 에콰도르는 북부 산악 지대에서 원주민을 만나기도 했던 이색적인 여행이었습니다. 고산 지대에서 만난 어린이들은 발그스름한 뺨이 복숭앗빛처럼 예뻤지만, 사실은 높은 일교차로 인해 살이 튼 것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요. 후원자들과 함께 가정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며칠째 가정방문을 하다 보니 문득 후원자들과 어린이가 어우러져 무언가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차례 비전트립에 참여한 내가 먼저 제안을 했고, 현지 직원들은 기꺼이 한 어린이의 집으로 우리를 안내했습니다.

 

 


컴패션에 등록된 12세 소녀 이사마는 엄마로부터 빵 굽기를 배우고 함께 빵을 굽고 있었다. 가업을 잇는다는 숨길 수 없는 자부심이 이사마의 웃음에서 번져 나왔다. 그만큼, 컴패션 후원자들을 맞이하는 태도에서도 감사와 기쁨이 넘쳐흘렀다. [사진 허호]

 

 

여러 나라의 시골이나 산간 지대를 다니다 보면, 손님이 갖는 의미가 소중하고 남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먼 곳에서 찾아온 낯선 이들을 존중하고 귀하게 여겨 주는 문화가 있는 것이지요. 이사마의 집도 그랬는데, 특히 자신의 후원자가 아닌데도  이사마는 잔뜩 들떴고 기쁨에 차 우리를 맞아주었습니다.

 
같이 방문한 후원자들도 빵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이들의 빵 만드는 기술은 모계로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사뭇 진지한 이사마 어머니의 표정과 시종일관 웃고 있던 이사마의 표정이 대비되어 보였습니다.

 

 


50kg 밀가루 한 포대로 약 400개의 빵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할머니부터 엄마, 이사마까지 온 가족이 일주일에 2포대의 밀가루로 빵을 만들면 30달러 정도의 수입이 생긴다. [사진 허호]

 

 

물론 황량한 마을의 환경이나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살림살이에 눈길이 안 갔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각자 맡겨진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이렇게 빛나는 데, 안타까움을 갖는다는 것은 예의가 아니겠다 싶습니다.

 

할머니, 엄마, 이사마 모두 행복해 보였고, 이사마에게 단순히 빵 만드는 기술뿐 아니라 자랑스러움도 같이 전해주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이들을 보는 첫인상은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으로서의 행복감이었습니다. 마지못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일이 이들의 중요한 삶의 일부분이고, 거기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던 것이지요. 진짜 일하는 순수한 기쁨을 만났으니, 저도 빙그레 웃고 말았지요.

 

 

울퉁불퉁 닳은 칼, 예쁜 얼굴과 상반되는 마디마디 굵어진 손가락. 어린 이사마가 하교 후, 엄마를 도와 노동을 하고 있던 것은 분명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이 어린 제빵사의 자부심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진 허호]

  

  

역시 갓 지은 밥과 갓 구운 빵은 다 맛있습니다. 더군다나 3대째 이어진 화덕에서 꺼낸 빵이니 맛이 어땠겠습니까. 아무것도 바르지 않았지만 참 고소했습니다.

 

엄마를 보며 또랑또랑한 눈빛을 보내는 12세 소녀의 눈이 얼마나 인상 깊은지 아십니까. 이사마의 눈이 딱 그랬습니다. 항상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집을 방문할 때는 당연히 긍휼한 마음을 갖고 가기는 하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자부심까지 없거나 주눅 들어 있지는 않더군요. 환경이 넉넉지 않지만, 조금씩 한 발 한 발 가난을 이겨내는 모습에서 소망이 보이고 삶에 대한 기쁨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넉넉하든 그렇지 않든 주어진 삶을 기뻐하는 것,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가장 큰 표현이 아닐까요.

 

 

 

 

▼원문 바로보기(클릭)▼

 

[출처 : 중앙일보 더, 오래]

가난했지만 가업 자부심 넘쳤던 빵굽는 아이

 

 

 

 

 허호의 꿈을 찍는 사진관은 중앙일보 [더,오래]에서

2019년 11월 18일부터 연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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